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서 읽기 좋은 책,
좋고 또 좋은데, 독자님들의 사랑을 생각보다 받지 못해 아쉬웠던 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어버이날 추천 책은, <아버지의 시말서>입니다.
최근 아버지의 손을 잡아본 적이 있나요?
아버지와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눠본 적은요?
나의 꿈, 나의 삶, 나의 미래를 고민하는 데 비해서
아버지의 젊은 날, 아버지의 현재 고민, 아버지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선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단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런 제 맘을 사로잡은 소설, ‘아버지의 시말서’.
이 소설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살아가는 한 아버지의 삶을 다루고 있어요.
“한마디로 실패작이지 머.
시절 돌아가는 거 보이 대접받아 가믄서 살기는 다 텃고,
나이가 무슨 벼슬아치도 아인데…….
기냥 이대로, 사는 대로 살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줘야지요.”
하는 경비원 아버지.
“자식이 제 아비 속을 몰라도 저렇게 모르다니.
저게 원수덩어린지, 피붙이인지 모르겠다.”
하는 말에 뜨끔하기도 했습니다.
소설 속 아버지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꿋꿋하게 살아냅니다.
하늘같이 믿고 의지했던 아들의 죽음, 그 후 유복자로 태어나 어느새 여섯 살이 된 손녀,
떨어져 살고 있는 며느리, 남편을 두고 집을 나와 친정으로 돌아온 딸,
치매 증세를 보이는 아내……
오늘도 고단한 삶 속에서 소설 속 아버지는 아버지의 무게를 견딥니다.
거울 속의 초라한 자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이 사람아, 그래도 사는 날까진 우리 열심히 한번 살아보는 거야.”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자식으로서 한 번도 헤아려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번째 어버이날 추천 책은 <상속의 법칙>입니다.
이미 엄마를 잃은 당신에게,
혹은 언젠가는 엄마를 잃을 당신에게…
엄마이자 딸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뭉클하고 아름다운 에세이예요.
이 책을 쓴 클레어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납니다.
가족의 행복은 완벽했고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았지요.
그러나 클레어 나이 열네 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친구였던 엄마가 암 진단을 받고 맙니다.
5년째 암과 싸우던 엄마가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못생겨졌지?”
클레어는 말합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엄마의 몸이 역겹다. 끔찍하다.
엄마를 만지는 것조차 두렵다.
갈라진 입술과 각질로 뒤덮인 발…
안에서부터 썩고 있는, 여기저기 멍들고 상처 난 과일 같은 사람.
이 사람은 더 이상 우리 엄마가 아니다!
오랜 투병 끝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던 날,
클레어는 병원으로 곧장 가는 대신
짝사랑하는 남자애의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이후 그녀를 계속 괴롭히지요.
클레어 나이 스물다섯 살.
엄마가 죽고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녀는 여전히 엄마를 그리워하고 또 기다립니다.
엄마가 나타나서 자신을 붙잡아주길.
엄마, 나 보여?
엄마, 어디 있는 거야?
엄마, 나 여기 있어요. 나 못 찾겠어요?
엄마, 제발.
마치 소설처럼 읽히는 이 에세이는 바닥까지 솔직합니다,
너무나 어리고 미숙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인간적인 클레어의 행동들,
그녀가 보여주는 부끄러운 속내는
우리가 얼마나 연약하게 슬픔에 무너지는지,
또 얼마나 강하게 거기서 걸어나올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클레어는 지금 타인의 슬픔을 치유하는 슬픔 전문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그녀는 슬퍼하는 데 정답 같은 건 없다고 말합니다.
그걸 치유하는 쉬운 방법도, 지켜야 할 정해진 시간도 없다고요.
여전히 가끔은 엄마가 보고 싶어 미치겠지만,
이제 더 이상 그 슬픔 속에 살지는 않습니다.
딸, 너는 내게 일어난 가장 위대한 사건이었어.
우리 딸, 지금 가진 것들을 실컷 누리렴.
네 모든 것을 사랑하고 지나간 날들에 감사하면서
오늘, 내일로 나아가면 되는 거야.
그게 이 세상의 존재 이유고, 우리가 지금 여기 살아가는 이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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